2008년 07월 12일
안녕, 움파룸파
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움파룸파'라 부르곤 했다.
몇 번인가 싫은 내색을 비치던 그녀도 어느 순간 포기했는지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내 번호의 이름을 '윌리 웡카'라 바꿈으로써
움파룸파라는 별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얼마 전 움파룸파가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다.
초콜릿 공장을 그만 두겠다고.
다른 공장은 찾아보았니? 그건 아니지만.
먼 지방에서 올라온 움파룸파와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움파룸파와 나는 즐겁게 노래부르고 춤을 추며 초콜릿을 만들었고
그 초콜릿을 하나하나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그 외에는 많이 것이 필요치 않은 일상.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부터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는데는
'그 외의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다.
그리고 '그 외의 것'이 서로에게 부족하다는 것도.
나는 아직도 움파룸파가 나에게 사표를 낸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 외의 것'이 무엇인지는 유추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사표를 내자, 하고 결심하도록 만든 원인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건 아마 움파룸파 자신도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내가 움파룸파를 해고하겠다고 말했을 때
내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없었던 것처럼.
누구도 그건 알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당사자들조차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지난 802일, 약 2년 2개월 동안 운영해왔던
초콜릿 공장의 문을 닫으려고 한다.
당분간 새로운 공장을 지을 일은 없겠지만,
언제나 함께 꾸려온 이 공장을 혼자 운영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는 어떤 공장을 지을지, 벽돌은 얼마나 올리고
바닥에는 무엇을 깔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안녕, 움파룸파.
함께했던 초콜릿 공장에서의 시간은 행복했어요.
언제나 날 즐겁게 해줬던 당신의 춤과 노래, 그리고 미소가 그리울 거예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별의 슬픔보단 혼자 지낼 당신에 대한 걱정이 앞서요.
오늘 낮에 도서관을 다녀왔어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소나기가 내리길래, 우산을 가져가지 않아 걱정이 되더라고요.
아, 내려서 집까지 어떻게 가나.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릴 때쯤 비가 그칠수도 있지 뭐. 그치지 않으면 그건 그때 생각하자.
그래서 버스에서 내릴 때 어떻게 됐는지 알아요?
거짓말처럼 비가 싹 그쳤어요. 내리기 바로 직전에 말이죠.
움파룸파. 여전히 당신이 걱정되지만,
이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잘 지낼거라고 믿을게요.
하지만 지내다보면 언젠가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비가 그치지 않는 날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때는 나한테 연락해요.
나는 더 이상 월리 웡카가 아니고, 당신도 움파룸파가 아니겠지만
여전히 나는 이 도시에서 당신의 제일 친한 친구로 남아
우산을 들고 찾아갈 거란 사실을 잊지 말아요.
그럼 안녕.
다음에 만날 땐 웃을 수 있기를 바랄게요.
# by | 2008/07/12 18:21 | 매일 이별하는 날들 | 트랙백 | 덧글(0)











